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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어 읽기를 잘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작성일 17-04-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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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읽기를 잘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2017년 4월 11일 by 고영성

※ 이 내용은 고영성, 신영준 공저 『완벽한 공부법』의 13장 「영어: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배우자」의 일부분입니다.


영어 학습자는 누구인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한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영어 학습’에 관한 것이다. 이번 장의 핵심은 ‘◯◯를 ✽✽✽하게 공부하라’는 주장이나 가이드가 아니다. 학습법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긴 하겠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스스로 영어를 습득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것들’에 관해 입체적인 시야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평범한 생활인인 우리가 영어 숙련도를 높이려면 어떤 생각과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고민하는 것을 돕는 내용이다. 자기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고, 영어 학습을 위해 앞으로 세우게 될 전략에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 글의 대상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한국어로 생활하는 만 13세 이상의 한국인’이다. 이들은 영어 학습을 하면서 다음의 핵심 전제를 인정해야만 한다. 나는 한국어로 생각하고,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며, 한국어로 세계를 인식한다. 이는 10년 넘게 유지된 나의 ‘기본값’이다. 이 간단하면서도 치명적인 사실은 영어를 학습하면서 항상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영어 학습의 초점을 ‘한국어라는 토대 위에 어떻게 영어의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철저하게 맞춰야 한다.

종종 ‘아기가 언어를 습득할 때 문법을 공부하지 않는다 ’며 자신들이 진짜 영어 교육을 한다는 광고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한 사람이 최초로 언어의 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다. 특정 언어의 간섭 없이 한 언어(영어든 한국어든)의 체계를 만드는 것은 이미 한국어 체계를 세운 한국인이 영어라는 ‘외국어’를 습득하는 과정과 같을 수 없다.

그럼 위의 전제와 함께 ‘영어 읽기’에 관해 생각해 보자.



영어 읽기를 잘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공부’라고 특별히 표기한 것은 그 이후 실질적으로 더욱 중요한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어 읽기를 잘하기 위하여 공부할 대상은 누가 뭐래도 문법과 단어 두 영역이다.

많은 한국인 영어 학습자가 문법 공부를 싫어한다. 종종 ‘영어공부에서 문법은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접한다. 구식 영어 교육의 일부인 ‘문법 문제 풀이를 위한 문법 공부’는 분명 벗어나야 하는 학습 전략이다. 그러나 영어를 이해하는 데 문법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은 매우 위험한 접근 방법이다. 왜냐하면 실제는 우리 모두 자연스럽게 문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린아이 때 자국어를 ‘비자발적’으로 습득한다. 출생 직후부터 온종일 듣게 되는 말소리는 아기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체계화 된다. 자국어 습득에 관해 100퍼센트 합의된 원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아기가 부모 등 양육자로부터 장기간 특정 언어를 들으면서 해당 언어를 자국어로 습득한다는 현상 자체는 매우 자명하다.

만 4세 이상 아이들은 자국어 체계를 거의 완벽하게 확립해, 그 언어로 세상을 인식하며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이들은 ‘공부한다는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듣기와 말하기를 배운다. 이런 과정은 학습자의 특별한 의도나 노력이 개입하지 않기에 ‘비자발적’ 습득이라 부를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기를 넘긴 사람들이 외국어를 배울 때는 ‘자발적’으로 습득해야 한다. 이때 세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1.목표 외국어를 온종일 듣고 있을 만한 시간이 없다.
2.그 외국어 습득을 위해 해외에 건너가 2~3년간 지내기엔 돈과 시간의 제약이 있다.
3.목표 외국어의 원어민과 생활할 기회가 생긴다고 해도 그 원어민이 ‘부모-아이’ 관계처럼 우리에게 지속해서 말을 건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세 번째 요인은 많은 사람이 어학연수에 실패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현지인과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많은 대화를 외국어로 할 것이라 기대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대화를 지속해서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비자발적 습득’을 통해 한국어 체계를 완벽하게 익혔다. 한국어 특유의 복잡한 존댓말 체계와 다양한 어미 변화, 조사의 의미 차이는 우리의 머릿속에 완벽하게 내재해 있다. 다만 그것들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용어가 동반되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누구나 아는 루터, 아무도 모르는 루터』 같은 제목의 책이 나올 수 있다. 한국어 대명사 ‘누구’와 ‘아무’는 비슷해 보이지만 쓰임새가 조금 다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설명을 보자.

•누구(대명사): 특정한 사람이 아닌 막연한 사람을 가리키는 인칭 대명사 / 가리키는 대상을 굳이 밝혀서 말하지 않을 때 쓰는 인칭 대명사.
•아무(대명사): 어떤 사람을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르는 인칭 대명사. 흔히 부정의 뜻을 가진 서술어와 호응하나, ‘나’, ‘라도’와 같은 조사와 함께 쓰일 때는 긍정의 뜻을 가진 서술어와 호응하기도 한다.

‘누구’에는 부정문에 관한 특별한 언급이 없는 것과 달리 ‘아무’는 대체로 부정의 뜻을 가진 서술어와 호응하고, 특정한 경우에만 긍정 서술어와 같이 쓰인다는 설명이 나와 있다. 이는 한국어 화자인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내재한 지식이다. 딱히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언제나 이 두 단어를 구별해 사용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 현상을 ‘설명’할 능력이 없다. 한국어 체계를 꿰뚫고는 있지만, 그것을 설명해 낼 ‘용어’를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래 같은 질문이 올라오기도 한다.

“아무나와 누구나의 차이점이 뭐예요? 외국인 친구에게 아무나와 누구나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싶어요! 거의 비슷하게 쓰이고 있지만, 가끔 다르게 쓰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어떻게 구분하나요? 한국어를 가르치는 분들 좀 알려 주세요! 부탁해요."
•네이버 지식인 pjsa****, 2004년 8월 16일

학술적 용어로 표현할 능력이 없을 뿐, 우리는 한국어 문법을 지금까지 학습(비자발적 습득)해 왔으며 이는 살아가는 내내 계속될 것이다. 태어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한국어로 의사소통하며 보내 왔다. 부모의 말을 들으며 한국어의 기초를 준비하고, “엄마” “아빠”를 처음 말하는 순간을 거쳐,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게 되고, 유치원과 학교에 들어가 또래와 교류하고 다양한 지식을 접하기까지 모두 한국어로 해 온 것이다.

그럼 이제 평범한 한국인의 상황을 기준으로 영어를 생각해 보자. 상황은 거의 반대에 가깝다. 태어난 이후 자연스러운 영어 소리를 들어본 일이 없으며, 영어로 일상적인 대화를 해 본 일도 거의 없으며, 친밀함을 형성한 그 누구와도 영어로 말을 주고받거나 글로 의사를 표시해 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영어를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국어 습득에서 비자발적으로 거쳤던 그 과정을 이젠 자발적으로, 의도적으로 수행해야만 한다. 영어라는 언어가 어떻게 ‘말이 되는 소리’ 혹은 ‘내용이 담긴 글’이 되는지를 알려면 영어의 규칙을 공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규칙의 총합을 우리는 ‘문법’이라고 부른다.



문법 공부는 어떻게 할까

문법을 공부해야 한다는 당위에 대해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그에 대한 실제적 접근 방법을 다룰 차례다. 지금까지 학교나 학원에서 겪었던 ‘문제 맞추기’식 문법 공부는 절대적으로 피하길 권장한다. 문제 맞추기식 공부는 언제나 ‘틀림’을 경험하게 되며, 이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학습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법 규칙을 이해하는 것은 실제 문법 공부의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문법 내용 완벽 정복은 영어 전공자나 교사에게나 필요한 일이다. 부정사의 용법 등의 내용을 줄줄 외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문법 공부의 90퍼센트를 이뤄야 하는 것은 예문 암기다.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문법 공부’에서 효율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규칙 암기에 몰두한 후에 실제 규칙이 적용된 예문 암기에는 소홀하기 때문이다.

보통 영문법 교재에는 한 문법 규칙마다 적어도 하나 이상의 예문이 제공된다.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결과를 이끌어 내고 싶다면, 이런 예문을 여러 번 소리 내 읽어 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내(필립) 경우 영문법 강의를 수강할 때 예문을 10회 이상씩 소리 내 읽으며 공부했다.

예시를 위해 앞서 언급한 ‘부정사’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한 고교영문법 교재의 목차 일부와 그에 해당하는 임의의 예문들이다.

“목차"

명사처럼 쓰이는 to부정사 -명사적 용법
1.주어 역할
2.목적어 역할
3.보어 역할
4.동사 + 목적격 + to-v
5.가목적어
6.의문사 + to-v

예문
1.To practice regularly is important.
2.I would like to buy a new smartphone.
3.My goal is to become a high school teacher.
4.I want you to listen.
5.I found it very hard to follow the instruction.
6.Tell me where to go.

목차에 해당하는 예문을 하나씩 적어 보았다. 실제 공부 내용에선 항목마다 여러 가지 설명이 추가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해당 설명을 정확하게 이해한 뒤, 위의 예문들을 반복해서 소리 내 읽는 것이다. 발음에 너무 신경 쓰지는 말자. 중요한 것은 유창한 발음이 아니라, 영어의 규칙을 이해하고 그것의 예시를 익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읽은 예문 가운데 적어도 매일 한 문장은 통으로 암기하기를 추천한다. 암기의 지속 시간은 그날 하루면 충분하다. 단, 이 공부를 꾸준히 한다는 전제가 충족될 경우의 이야기다. 매일매일 영어 문장을 소리 내 읽고 한두 문장이라도 암기한다면, 암기한 문장이 다음 날 의식적 기억에서 지워지더라도 그 흔적은 계속해서 쌓이게 된다. 그렇게 꾸준히 공부해 나간다면 문법 규칙이 자연스럽게 내재화하는 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문법과 연계된 예문 자원이 일정 정도를 넘어가면 영문 읽기 과정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다. ‘일정 정도’는 학습자의 기존 영어 성취도와 학습에 쏟는 시간·열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필립 선생님의 경험상 4개월가량 매일 꾸준히 하면 자신이 느끼기에도 달라지는 순간이 찾아온다고 한다.


단어, 꼭 외워야 하나?

문법과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이 바로 ‘어휘력’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어떤 글을 읽을 때 한 페이지마다 모르는 단어가 10개씩 꼬박꼬박 등장한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 의미 파악이 불가능할 것이고, 때에 따라서 불쾌한 감정까지 느끼게 될 것이다. 영어 글은 단어를 다 알더라도 의미 파악이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모르는 단어가 나와서 계속 발목을 잡는다면 어떨까? 우선 이 불쾌함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단어를 많이 알아 둬야 한다.

혹자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기보다 문맥을 근거로 유추하라고 하지만 그것은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1~2개 수준일 때 적합한 방법이다. 영어로 쓰인 페이퍼백 소설은 한쪽에 보통 250~300개 정도의 단어가 포함된다. 한 페이지 단어 수가 200개고 한 문장이 평균 20단어라고 단순하게 가정해 보자. 어떤 학습자가 이 한 페이지를 읽으며 단어 10개를 모른다면, 그는 평균 한 문장마다 모르는 단어 한 개를 마주치는 셈이다.

이 경우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사전을 찾지 않고 계속 읽기’란 문맥으로 해당 단어의 뜻을 유추해 가는 읽기가 아니라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시간만 보내기’에 불과할 수 있다.

둘째, 단어를 알아야 문법 지식도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글을 읽으면서 한 번에 한 단어만을 읽지 않는다. 사람의 눈은 끊임없이 초점을 조정한다. 이 과정은 부드럽게 이뤄지지 않는다. 조정 간격이 1초라고 가정한다면, 1초마다 초점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순식간에 이동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간단한 실험을 해 보면 된다. 강렬한 태양이라면 3~4초 정도, 방에 있는 전구라면 10초 정도 정면으로 쳐다보면 눈앞에 보랏빛 혹은 초록빛 잔상이 생긴다. 이 잔상으로 우리 눈의 초점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실제로 볼 수 있다. 아마 ‘순간 이동’ 하는 초록색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읽기’ 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지점이다.

그렇게 계속 이뤄지는 한 번 한 번의 시선 이동에서, 우리가 명확하게 뜻을 알고 있는 단어 덩어리들은 하나의 의미로 곧장 인식된다. ‘I love you’가 세 단어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나 자주 보아 왔기에 그 자체로 자명한 한 덩어리의 의미 단위일 뿐이다. 단어들의 의미를 알고 있기에 자연스러운 시각 이동이 끊임없이 이뤄질 때, 문법 지식은 단어들의 의미를 연결해 주는 장치로 부드럽게 기능할 수 있다.

단어 공부법은 각자에게 맞는 방법을 찾도록 하자. 이견의 여지가 많지만, 기초가 부족한 사람들이라면 단어장으로 단기간에 많은 단어를 익히는 것도 때론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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